잔혹한 승부의 세계(경표생각)
월드컾이 끝났다. 연장 후반전에서 네델란드가 무릅을 꿇었고 스페인은 승리의 기쁨을 남아프리카와 마드리드 그리고 스페인 전국에서 즐겼다. 모두들 봤겠지만 승자와 패자의 얼굴에 나타나는 표정은 대조적이며 기쁨과 슬픔의 눈물 또한 같이 흘렸다. 경기 후 두 나라 선수들의 사기와 표정 그리고 눈물을 보며 승부세계의 잔혹한 면을 다시 확인했다.
어떤 사람들은 인생을 하나의 승부세계로 본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승부세계라기 보다는 어울려 신명나게 노는 한마당의 잔치로 보기도 한다. 오늘 이 나이에 우리는 인생을 어떻게 보는가? 젊은 시절 우리는 인생 자체를 승부 아니 전쟁으로 본 적이 있다. 죽기 아니면 까물어쳐야하는 그래서 너는 죽고 나는 기필코 살아야하는 전쟁터가 인생이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기억하느냐?
손자병법 13장이 모두 동원되고 생각하나를 마무리 짓기 위해 답배가 수십갑 소모되던 그 때가 있었기에 오늘의 우리가 있겠지?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나이 탓일 것이다. 이제는 인생을 보는 눈이 넓어졌는지 아니면 무력해졌는지 승부보다는 화합을 원하는 것이 오늘의 우리 마음이다. 70을 바라볼 때까지 살아오면서 여러 시간 우리는 죽고 사는 문제에 목을 메고 살았지만, 많은 부분이 부질없었던 몸부림치는 것이었음을 알게 되고, 후회와 쓴웃음을 머금으며 오늘 하루의 생활에서는 화목과 화합을 이루기 위해 老軀를 움직인다.
승리의 눈물도 패배의 눈물도 이제는 필요없다. 스쳐가는 한가닥 봄바람과 같은 한줄기의 웃음이 있으면 만족하는 성숙된 삶이 우리에게는 필요하고, 이런 삶을 산다면 오늘의 우리는 참으로 오랫만에 휴식과 안식을 소유하게 될 것이다. 4년 뒤에는 또 뼈를 가르고 살을 져미며 피를 말리는 경기에 임하느라 죽기아니면 까무러치는 삶을 사는 승부의 세계보단 친구를 만나 장기 한판을 두며 엽차 한잔의 은은한 맛을 통해 우정을 음미하는 삶이 훨씬 값진 것을 이제 알겠다.
어제 저녁 광주에 400미리의 폭우가 쏟아졌다며? 드디어 장마철이 시작된 모양이다. 남가주는 몇일 전에 작은(5.4) 지진이 한차례 삶의 터를 흔들었고, 중부 콜로라도에는 골프공 만한 우박이 쏟아졌으며, 동남부는 오일쑈크(해저에서 하루 6만배럴씩 솟아나는 기름)에다 올 여름에는 강력한 허리케인이 11개 정도가 올 것이라는 끔찍한 소식이 기상청으로부터 나왔다. 이정도면 월드컾 이후 사람들의 무기력증과 우울증을 한번에 날려버리는 약(?)이 되지 않을까?
장마로 인해 한국이 그리고 부산지역이 큰 피해를 입지 않기를 바란다. 모두들 건강관리 잘하자. 요즘은 70대에 새로운 연애를 시작한다며 이곳의 베이비부머들은 야단들이다. 이젠 70살이 예전 40대 정도의 체력과 정신 그리고 심리상태를 유지하나보다. 그렇다고 연애질하라고 충돌질하는 것은 아니니 오해말아라. 부인들에게서 집중 함포사격을 받기 싫다. 활기찬 삶과 생활을 통해 즐겁게 주어진 몫의 삶을 살자. 사랑, 안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