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청사에는 사계절로 좋은 글을 공모하여 게시하는 문화 글 판이 있다. 2016년 "봄" 편에는 "나 라고 왜 못하겠나. 저 여린 풀도 언 땅을 뚫었는데"라는 한 시민의 희망찬 글이 뽑혀 게시되고 있다. 길을 지나다 문득 그 글을 읽고 지금 나는 이 핑계 저 핑계로 게으름을 피우며 이것도 저것도 못하는 멍청이가 되고 있어 나도 이 봄에 언 땅을 뚫듯 힘찬 봄을 맞아야 겠다는 생각으로 망월의 3월 첫 주 봄맞이 산행에 동참하기로 했다.
금년 내가 좋아하는 후배인 김정민 회장이 취임하고 나서 정기 산행은 한 번도 못 갔다. 그 사연은 금년 1월초 아내와 함께 큰 맘 먹고 호주와 뉴질랜드 남북섬 여행을 다녀왔다. 이번 해외여행은 엄청난 비용이 들었다.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 상담사로 근무하면서 모아두었던 자금을 몽땅 두입했기 때문이다. 이번 해외여행은 결혼 40주년에다 아내가 지공의 나이가 되고 내가 칠순을 넘겼으니 우물 주물 하다가는 영영 장거리 여행을 못하게 될지 모른다는 강박관념에서 일단 저지르고 보기로 하고 눈 딱 감고 시도 했던 것이다.
사실 여행기간 10일이라지만 비행기에서 이틀을 빼면 겨우 8일간 그 큰 대륙을 여행한다는 것은 새발에 피요, 장님 코끼리 만지기에 불과했지만 여행에서 느낀 점은 매우 크다. 두 나라가 엄청난 자연경관을 활용한 굴뚝 없는 무공해 관광산업을 활성화하여 국민들이 복지를 최대한 높이는 복지국가로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구석구석 관광자원을 개발하면 외국관광객을 끌어들일 가능성이 엄마 던지 있다. 지금이라도 장기 계획을 수립하여 관광지를 발굴하고 시설을 보광하면 중국 등의 아시안 국가들의 관광객을 얼마든지 끌어 들일 수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 통일만 되면 관광입국으로 대박이 터지고도 남는다고 본다. 지리산, 태백산, 설악산, 금강산 묘향산을 거쳐 백두산까지 백두대간의 풍부한 관광자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고 베트남 전쟁 때 베트콩의 파놓은 땅굴이 관광 상품이 되듯이 우리도 DMZ가 외국 관광객들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킬 훌륭한 관광 상품이 될 것이다.그러니 언제 통일이 될까.
오늘 잔뜩 흐린 날씨에 오후에는 미세먼지가 나쁨으로 나타난다는 예보가 있지만 등산하기 딱 좋은 계절이다. 아침 8시 정각에 30명의 대원을 태운 관광버스는 명륜동을 이끄러지듯 빠져나와 남해고속도로에 올랐다. 망월 산행은 즐겁다. 내가 39회 고참기수지만 35~38회 선배가 있어 어리광을 부릴 수 있고 세대차가 나지만 사랑하는 아우들이 선배대접을 깍듯이 해주니 기분은 우쭐하기 때문이다. 만나면 동문들과 나누는 구수한 농담과 유머들이 좋고 오래전 산행들을 되씹으며 추억을 삼키는 제미도 있다. 그 외에도 김정민회장이 취임하고는 버스안 로또 경품추첨도 재미있다. 오늘은 내가 값비싼 영양제에 당첨되어 기분이 짱이다.
10시가 넘어 산행초입인 와룡마을에 도착했다. 덕룡사 앞에서 발대식을 하고 싱그러운 봄 냄새를 맡으며 산에 오른다.
오늘은 코스는 덕룡사-와룡고개-기차바위-민재봉(799m)와룡산새섬봉(801.4m)-도암재를 거쳐 다시 와룡마을로 우측으로 올라가서 좌측으로 하산하는 하트모양의 도상거리 9km의 5시간 코스다.
와룡산은.사천시의 진산으로 주봉 와룡산의 표지 석에는 새섬봉이라 부른다. 와룡산 지명에 어울리게 산세가 누워있는 용과 같다 정상에 오르니 소나무 가지가 송두리째 꺾여있다. 동내 사람 이야기를 들으니 올겨울 엄청나게 내린 눈의 무게에 못 이겨 소나무 가지가 송두리째 꺾기고 부러져 수십 년 된 소나무가 엄청난 설해를 입었단다.
와룡마을에서 민재봉까지 오르면서 자욱히 낀 안개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는데 신기하게도 민재봉에 오르니 구름이 확 걷히면서 시야가 확 터지니 멀리 오늘 산행의 정상 와룡산 새섬봉이 보인다. 시름시름 정상에 올라 정상 기념사진을 찍고 하산하니 아직 해가 중천에 걸려있다 후배가 권하는 하산주 한잔하니 세상 날아갈 뜻 기분이 좋다.
오늘 산행을 위해 준비한 집행부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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